과시욕의 시대 – 우리는 왜 남에게 ‘좋아 보여야’ 하는가?
서론: 보여주기 위한 삶, 그 끝은 어디인가
SNS 피드에 올라오는 친구의 명품 가방, 연예인 못지않은 셀카,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저녁 식사. 우리는 언제부턴가 ‘나답게’ 사는 것보다 ‘남들에게 좋아 보이기 위한 삶’에 익숙해졌다. 마치 온라인 세상이 일종의 전시장처럼 변해버린 지금, ‘과시’는 단순한 자랑을 넘어서 일상이 되었고, 일종의 자기 방어기제처럼 작동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렇게 ‘좋아 보여야’만 할까? 이 질문의 해답은 인간 본성, 사회 구조, 그리고 기술 환경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인 원인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 이 말은 단지 교훈적 차원을 넘어서, 인간 행동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힌트가 된다. 심리학자 애브러햄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를 5단계로 나누며, 가장 마지막 단계인 ‘자아실현’보다 더 위에 ‘타인에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존재한다고 봤다. 이른바 ‘존경 욕구’다.
실제로 미국 워싱턴대학교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기 존재를 과시할 수 있는 물건이나 경험을 소유하면 더 높은 자존감을 느낀다고 한다. 문제는 이 욕망이 충족되어도 곧 ‘더 좋은 것’을 원하게 된다는 점이다. 즉, 과시의 욕구는 충족이 아니라 ‘반복’을 전제로 한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남과의 비교 속에서 자신을 평가하게 되고,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욕심은 끝이 없다”는 말처럼, 과시를 위한 소비와 행동은 끝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과하지욕(瓜田李下)’ 원문이 주는 의미
‘과하지욕’은 원래 ‘오이밭에서는 신발을 고쳐 신지 말고, 자두나무 아래에선 모자를 고쳐 쓰지 말라’는 의미다. 즉, 오해받을 만한 행동을 피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요즘은 이 사자성어가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는 삶은 결국 진정한 나를 잃게 만든다”는 경고로 읽히기도 한다. SNS 속 자아는 실제의 내가 아니라 ‘좋아 보이기 위한 가짜 나’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이 보는 모습에 과하게 집착하다 보면 스스로에게 솔직해질 기회를 잃고 만다.
과시의 욕구, 본능인가 사회적 산물인가?
사실 과시는 인간 본능이라기보다는 사회적 산물에 가깝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상징 자본’이라는 개념을 통해, 사람들이 물질을 소비하는 이유가 단순한 필요 때문이 아니라 ‘계급적 우월함’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 설명했다.
쉽게 말해, ‘나는 이런 차를 타’, ‘이런 곳에서 휴가를 보내’ 같은 메시지를 통해 사회적 위치를 과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취업포털 설문조사에 따르면, 20대 직장인의 65%가 SNS에 올릴 목적으로 고급 카페나 레스토랑을 방문한다고 응답했다. 과시는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라 ‘보통의 일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욕심과 관련된 시: 김춘수의 ‘꽃’과 현대인의 자아
김춘수 시인의 시 <꽃>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이 시는 누군가로부터 인정받는 것이 존재의 의미를 결정짓는다는 점에서, 오늘날 과시욕의 심리를 잘 대변한다. 인정받고 싶고, 존재를 확인받고 싶은 마음이 결국 과시로 표현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욕심을 넘어 인간 존재의 방식과 맞닿아 있다.
의욕과 욕심, 그 경계는 무엇인가
욕심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건강한 ‘의욕’은 개인의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의욕과 욕심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예를 들어, 자격증을 따는 것이 단지 자기계발이 아닌,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경쟁’이 되는 순간 그것은 욕심이 되고 만다. 욕심은 결국 방향을 잃은 의욕이며, 자신을 위한 것 같지만 실은 타인을 위한 ‘보여주기식 노력’일 뿐이다.
우리는 왜 남에게 '좋아 보여야' 하는가?
이 질문의 핵심은 바로 ‘자존감’에 있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비교를 부추긴다. SNS는 타인의 성공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광고는 끊임없이 “지금 이걸 사지 않으면 뒤처진다”고 속삭인다.
결국 사람들은 자기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좋아 보이는 것’에 몰두하게 되고, 이는 곧 타인의 시선에 종속된 자아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좋아 보이기 위한 삶은 결국 ‘나’보다 ‘남’을 위한 삶이다.
어떻게 이 욕망의 시대를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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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사용 줄이기: 하루 한 시간만이라도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해보자. 타인의 삶을 덜 보면, 비교도 덜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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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목적을 점검하기: ‘정말 나를 위한 소비인가?’ 자문해보자. 진짜 필요해서가 아니라, 보여주기 위해 산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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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일기 쓰기: 오늘 하루 내 감정을 기록해보면 ‘진짜 내가 원하는 것’과 ‘남에게 보이고 싶은 것’의 차이를 인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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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관계 맺기: 가식 없는 관계 속에서 인정받을 때, 과시욕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결론: 보여주는 삶에서, 나답게 사는 삶으로
우리는 모두 인정받고 싶다. 그건 인간 본성이다. 하지만 그 인정이 ‘좋아 보이는 나’가 아닌 ‘진짜 나’에게 향할 때, 비로소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좋아 보이는 삶보다, 좋아지는 삶.
이제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닌, 스스로에게 진실한 삶을 살아야 할 때다.
👉당신은 오늘,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살고 있나요? 아니면, 당신 자신을 위해 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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